상상대로 서울 이야기

4화 민서를 쓰기에 딱 좋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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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민주주의 서울의 탄생기에 이어, 매주 월요일 민서의 활용에 관한 연재글이 이어집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인생에는 풀어야 할 문제가 참 많습니다. 오늘 저녁 메뉴처럼 사소한 것 부터 장래 진로처럼 중요한 일까지, 크고작은 문제들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문제들은 대체로 나의 숙제입니다. 이번 주말에 종일 집에서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할지, 한강에 가서 따릉이를 타며 여유를 즐길지를 정하는 건 순 나의 몫이죠. 같이 놀러가지 않겠느냐고 친구의 옆구리를 찔러볼 수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대신 결정해 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내 시간을 어떻게 쓸지는 나만이 정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더러 어떤 문제들은 완전히 공적인 문제일 때도 있습니다. 길을 걷다 신호등이 고장났다는 걸 발견하면 관련된 정부기관에 신고를 해야겠죠(팁: '안전신문고' 앱을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공공의 안전이나 편리함과 관련된 문제들은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에서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으니까요.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그런데 세상에 이렇게 명확히 구분되는 문제만 있는 건 아닙니다. 내 몫인지, 네 몫인지, 우리 모두의 몫인지 헷갈리는 문제들도 수없이 많지요. 사무실의 주인없는 화분이 누구도 돌보지 않아 서서히 시들어가는 걸 본 경험이 있나요? 공유주방의 냉장고에 상한 음식이 쌓이는 경험은요? 이런 문제들은 누군가가 “우리 공통의 책임이니까 어떻게 할 지 함께 정하자”고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이타적인 사람 몇몇이 희생하는 건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고요.


서울에도 이런 문제들이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꼭 누구의 책임이라고 콕집어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 사무실 화분들을 살리는 일보다 쉽지 않습니다.


예컨대 길고양이들의 안전과 생명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누구와 논의를 시작해볼 수 있을까요? 작년 말, 서울의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어느 평범한 30대 청년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단지가 재건축되면서 길고양이들이 공사현장에 남아 생명의 위협에 처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싶어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해봤지만, 수많은 재건축 현장을 시민단체의 힘만으로 커버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걸 확인했고,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나 법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있는데 누구도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없을 때,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주주의 서울은 바로 이런 순간에 사용하기 좋은 플랫폼입니다.



당장 문제해결을 시작할 수는 없어도, 시민제안을 통해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지요. 그리고 다른 이들의 공감과 토론으로 이야기는 좀 더 진전될 수 있습니다.


5,000명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민서에 올린 시민제안은 한 달 내에 50명 이상의 공감을 받으면 관련부서로부터 답변을 받고, 500명 이상의 공감을 받으면 의제 선정단의 회의를 거쳐 시민토론에 부쳐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5,000명 이상이 참여하면 서울시장이 문제에 대해 직접 답변하게 되어있고요. 그러니까 일단은 50명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우선입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지금까지 총 5600건이 넘는 공감을 받은 “서초구 재건축 단지의 길고양이들을 도와주세요.” 제안에서 공감을 얻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볼까요?


첫 번째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는 건 익숙하면서도 의외인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대개 일상 속에 숨어있습니다. 재건축 단지 길고양이 보호 문제도 그렇습니다. 길고양이는 친숙한 존재고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도 많은 관심을 사는 이슈지만 그 둘을 연결지어 생각해 볼 일은 좀처럼 없지요. 사람들이 모두 떠난 자리에 영역동물인 고양이만 남아 자리를 지키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건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구체적인 상황의 서술이 읽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물론 너무 길면 안되겠지만 단순히 문제만 적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담겨있을 때 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옵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 건물은 많이 낙후되었지만,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이 곳곳에 숨어있는,

서울에서도 얼마 남지않은 운치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초구 재건축 단지의 길고양이들을 도와주세요'. 제안 중)



마지막으로, 이 문제를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설득력은 다양한 정보들에서 나옵니다. 글쓴이는 다양한 유사 사례들을 소개하고, 문제를 해결해보려다 한계에 부딪힌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왜 이 문제를 시민단체나 정부에 맡겨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이미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첨예해진 문제에는 제 3의 관점이 필요하니까요.



개인의 노력과 희생만으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장보러 가는 길의 주부가, 하굣길의 학생이, 퇴근길의 직장인이

밥그릇을 챙겨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이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울 시내에 재건축/재개발 공사 현장 곳곳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사안이기도 합니다.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야 지자체의 지원이 가능하고,

안전 문제가 보장되어야 시공사 측의 협조가 가능하며,

지역 주민의 이해가 있어야 함께 협력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글)



문제해결의 이어달리기 

하지만 꼭 위의 세 가지를 다 지켜서 제안문을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를 올려서 반드시 5,000명을 넘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중요한 건 민주주의 서울에서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지 누구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지요. 개중 어떤 문제들은 한국철도공사나, 기초지자체나, 서울시 교육청의 일인 것으로 분류되겠지만, 또 어떤 문제들은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것으로 합의되겠죠.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문제가 누구의 몫인지 밝히는 문제’야말로 나 혼자서는 결코 풀 수 없는 문제니까요. 그리고 우리의 문제로 합의된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찬성과 반대로 표결을 부쳐 좀더 명확한 솔루션을 찾을 수도, 전문가 간담회와 온라인 토론을 통해 다양한 입장과 견해를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의 가장 좋은 점은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사람이 혼자 끝까지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서울에서 우리는 각자의 시간에 각자의 몫을 하며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글: 백희원

그림: 이민정


다음 이야기 : 누구나 언제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민서. 오프라인 민서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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